6.2 지방선거 멍멍이소리

최근 대한민국에서 이슈라면 이슈라고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아마 6.2 지방선거일 것이다. 투표권을 가진 이후 내게 주어진 투표권을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나지만, 지난 학생회장 재투표 이후로 조금씩 생각이 변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 있는 생각은 '투표를 거부하는 것도 나의 주권을 표출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반드시 실천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여겼지만, 그 차선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중에 한 명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병신'vs'나쁜놈'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누구를 뽑아야 하냐고 푸념섞인 하소연을 하는 친구를 보며, 난 처음엔 잠시 아리송했다. 어느 쪽이 병신이고 어느 쪽이 나쁜놈이라는 것인지 잠시 헷갈린 것이다. 물론 내 관점에서 보면 명백히 보이는 사실이지만, 그 친구가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잠시 헷갈린 것이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양쪽 모두 병신이자 나쁜놈이구나.

난 요즘 민주당을 보면 정말 한숨이 나온다. 한나라당이 하는 짓거리가 하도 개판이라 뭔가 나의 주권을 이용해 그들에게 자신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은데, 민주당이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도저히 민주당을 지지해 줄 수도 없다. 정말 이런 시국에 민주당의 행실이 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은 '나쁘다'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본다.

서울시장은 그나마 많이 이슈화가 되니 그렇다고 치고, 내게 주어진 투표권은 구의회와 시의회 의원들에게도 적용된다. 그런데 정말 황당한 것은 나는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를 뿐더러, 하는 일 없이 세금만 축낸다라는 이미지만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정치에 아예 관심을 끊고 사는 사람도 아니고, 대체 왜 모르는 것인가. 모르는 내가 게으른 것인가. 아니면 선거 때만 불쑥 튀어나와 포퓰리즘적인 공약만 쏟아내고 선거 후엔 쥐도 새도 모르게 월급만 받아 챙기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인가. 오세훈은 개판을 쳐도 워낙 대놓고 개판을 치니 욕이라도 하지. 이건 뭐 당최 서울시와 강서구를 위해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자길 뽑아달라고 선거철에만 시끄럽게하고 쓰레기만 만들어 뿌리니.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나라는 아직 민주주의를 실현한 기반이 부족하다. 국민들의 자질을 떠나서 이미 친일청산을 못 이룬 시점부터 부조리가 사회 정의로 승격될 수 있는 기형적인 사회 구조가 만들어 졌으며, 수십년에 걸친 군사독재로 인해 국민들은 노예 근성을 옳은 것인 마냥 신봉하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주의'라는 말 한 마디가 가지는 마력에 휩싸여 투표권만 주어지면 다 되는 줄 아는 이상한 세태가 생성된 것이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 지방자치제는 국가의 원수조차 제대로 선출하지 못하는 국민들로 하여금 과도한 의무를 이행하게 한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나 빨리빨리 사고방식에 젖어 좋아 보이는 것이 있으면 무조건 흡수했다. 민주주의의 기틀이 될 사회 정의를 먼저 구현하고, 국민들이 자신들의 선택을 합리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이후에 민주주의로 이행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이 역설적인 상황을 곧이 하기 위해서는 미뤄왔던 일부터 지금이라도 확실하게 처리하고, 지방자치제는 지금은 잠시 접어야 한다. 물론 이런 일이 절대로 일어날 까닭이 없는 이유는 현재 기득권 세력 중에 숙청되어야 할 대상이 많기 때문이며, 공짜로 세금을 받아 먹고 있는 의원나리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은 분명한데, 현실은 너무 이상과 동떨어져 있다. 항상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이 '현실 속에서 이상을 향해 나아가면 된다'이지만, 가도가도 끝이 없을 길을 가는 것은 방향을 분명히 알고 있다 하더라도 어리석은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생긴다.

여튼!
이번 지방선거에 내 투표권 행사를 거부하는 것으로 나의 주권을 행사하는 것도 고려해봄직 하다.
대학 학생회 선거처럼 50%의 투표율이 달성되지 못하면 선거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좋을텐데.
그렇다면 이번 선거를 내가 보이콧한다고 하더라도 그 의미가 정치하는 꾼들에게 조금이나마 전달될 수 있을텐데 아쉽다.